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수집된 한국인 코호트 자료와 한국형 유전체칩을 기반으로 치매 위험을 예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치매 관련 코호트에 참여한 674명의 임상정보와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6가지 AI 알고리즘을 비교 분석해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 결과, APOE, TOMM40, PVRL2 등 여러 유전자가 치매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최대 0.88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실제 치매 전환 여부를 추적해 모델의 정확성을 검증했다. 일부 알고리즘은 치매 전환을 100% 정확히 예측하는 등 임상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요 알고리즘의 민감도 또한 0.9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 조기 진단 도구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유전체의 특성을 반영한 최초의 치매 예측 인공지능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존 연구가 주로 유럽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한계를 보완하며, 한국형 맞춤 예측 모델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으며, 질병관리청은 앞으로 뇌영상·임상·라이프로그 데이터 등을 포함한 통합형 조기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한국인 유전체 기반의 조기 예측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며 “국가 치매 예방 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