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전력기기 산업이 사상 최고 수준의 수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선, 변압기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필요한 핵심 장비 수요가 크게 확대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력기기 수출액은 71억 3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넘어선 것으로, 4년 연속 연간 최고치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확산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14년 580억kWh에서 2023년 1,760억kWh로 약 세 배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확충 수요로 이어지며 한국 전력기기의 수출 호조로 연결되고 있다.
수출 품목별로는 전선이 전체의 34.9%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했으며, 변압기(32.6%), 접속·차단기(20.7%), 발전기(8.4%), 배전·제어기(3.4%)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선, 변압기, 접속·차단기 등 주요 품목은 올해 1~11월 기준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변압기는 데이터센터 확장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겹치며 17%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전체 수출의 37%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어 중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이 주요 수출국으로 나타났다. 전체 178개 수출국 중 23개국이 동기간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해 한국 전력기기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업계는 고효율·고신뢰성을 갖춘 국산 전력기기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AI 기술의 확대에 따라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만큼, 품질과 안정성을 더욱 높여 수출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