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이후 유지돼 온 ‘복종의 의무’ 조항이 76년 만에 손질된다. 앞으로 공무원은 상사의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따르지 않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마련해 25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는 표현으로 수정하고, 위법한 지시에 대해 공무원이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 복종 의무 조항이 공직사회의 위계적 문화를 고착시키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공무원의 성실 의무도 ‘법령준수 및 성실 의무’로 변경된다. 이는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법과 원칙을 지키며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책도 확대된다. 현재 자녀가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일 때만 가능했던 육아휴직은 앞으로 만 12세, 초등학교 6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난임 치료의 경우 기존 질병휴직을 활용하던 체계에서 벗어나, 별도 휴직 유형인 ‘난임휴직’을 신설해 공무원이 직접 청원휴직 형태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공직사회 내 성 관련 비위 대응도 강화된다. 스토킹이나 음란물 유포 등 비위에 대해서는 징계시효를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징계 결과를 통보하는 절차가 의무화된다.
이 밖에도 적격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내려진 고위공무원은 본인 동의 없이도 강임할 수 있게 되고, 중대한 비위가 없는 경우 의원면직 신청을 허용하는 등 인사 제도도 손질된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고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일할 수 있어야 국민 중심의 공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며 “육아·난임 지원과 비위 근절 대책을 통해 더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