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5시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남북 군사당국 회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방부 제공 영상 갈무리)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북한군이 전술도로 개설, 철책 설치, 지뢰 매설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지역을 반복적으로 침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군이 경고방송·경고사격으로 대응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17일 오후 5시 긴급 담화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공개하며,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자료=이노바저널 AI 이미지 생성
국방부가 밝힌 최근 DMZ 상황은 위기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북한군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전술도로 설치, 철책선 신설, 지뢰 매설 등 과거 남북 군사합의 이행 중단 이후 지속적으로 공세적 공병작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병력이 MDL을 넘어 남측 구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우리 군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해 북한군을 북측 지역으로 밀어내고 있다. 김홍철 실장은 이를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된 군사분계선 표식물 상당수가 유실된 데 따른 ‘경계선 인식 불일치’다.
오랜 기간 비바람, 지형 변화, 관리 부재로 인해 수백 개 이상의 표식물이 사라지면서, 양측이 동일 지점을 MDL로 인정하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북한이 공병작업을 확대하며 실질적 경계선 변경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군사안보 전문가는 이노바저널과의 통화에서 “표식물 유실은 수십 년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지만, 최근 북한군의 현장 활동 강도가 커지며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 침범이라기보다 북한이 군사적 전략지형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정식 제안했다. 회담에서는 군사분계선 기준선 재확인, 표식물 복원 또는 공동 재설치, 우발충돌 방지 장치 재가동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회담 일정과 장소는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김홍철 실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제안에 대해 북측의 긍정적이고 빠른 호응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노바저널은 이번 담화의 의미를 다음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한다.
이미 남북 간 경고사격이 반복되는 가운데, 작은 오해나 돌발 행동이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회담 제안은 국제사회와 미국을 향해 “한국은 긴장 관리에 책임 있는 주체로 행동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군의 행위를 ‘경계선 인식 차이로 인한 문제’로 규정해 사태를 협상 테이블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북한이 단독으로 지형·철책을 변경하는 행위를 명분 없이 계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표식물 유실 문제는 정전협정이 70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나타난 구조적 취약점이다. 남북이 다르게 인식하는 MDL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활동이 증가하면, 지속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회담 제안에 응할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 전망: 최근 북한도 DMZ 일대 군사활동에 따른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불필요한 충돌을 회피하고자 할 수 있다는 분석.
부정 전망: 북한은 남측의 공개 제안 방식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군사적 긴장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군사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된 이후 남북 군사 소통이 재개되는 첫 사례가 된다. 반면 북한이 즉각 거부하거나 도발을 강화할 경우, DMZ 일대 긴장 수준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번 국방부 담화는 단순한 ‘회담 제안’이 아니라, 한반도 군사위기 대응 체계의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다.
DMZ 현장에서는 이미 전술도로, 지뢰 매설, 철책 경고사격이 뒤엉킨 채 전면적 충돌 위험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던진 회담 제안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지, 혹은 새로운 긴장의 서막이 될지는 향후 북한의 대응에서 갈릴 것이다.
이노바저널은 후속 동향을 지속적으로 분석·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