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용카드사와 리스·할부금융사가 사용하는 약관 가운데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항 46개를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하고 금융당국에 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17일,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올해 제·개정해 금융위원회에 신고한 1,668개의 약관을 심사한 결과 총 9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조항은 재판관할을 회사 본점 소재지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총 22개 조항이 이에 해당되며, 이는 금융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대응하는 데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비대면 금융상품 관련 소송의 경우 소비자 주소지 지방법원을 전속관할로 정하고 있어, 공정위는 이 기준에 맞춰 약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카드사 약관에는 제휴사의 사정 등 외부 요인을 이유로 포인트·할인 등 부가서비스 제공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는 서비스 제공 조건을 예측할 수 없게 하거나 사업자가 급부를 일방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계약 해지 사유를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규정한 조항, 리스 계약 시 상계나 반소를 제한해 소비자 항변권을 사실상 차단한 조항 역시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 결제 시 국제브랜드 수수료 변경을 개별 통지 없이 가능하게 한 조항, 중고차 대출에서 고객의 무의사표시를 특정 의사표시로 간주하는 내용 등도 불공정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가족카드 사용 정지를 하지 않아 발생한 비용 전부를 회원에게 부담시키는 조항, 중고차 매매업자가 재고 차량을 이동할 때마다 금융사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 등은 각각 소비자와 영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신용카드 및 리스·할부금융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은행·저축은행 약관 점검을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금융투자업자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 약관도 순차적으로 검토해 금융당국과 함께 시정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