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취임 후 첫 한국 언론 기자간담회를 갖고있다.(자료=연합뉴스TV AI 활용 갈무리)

"주한미군, 숫자보다 능력이 중요"...중국 서해 활동엔 "주권 침해 용납 못 해" 강력 경고

지난 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취임 후 첫 한국 언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의 미래, 역내 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한편, 주한미군의 역할이 '병력 수'가 아닌 '첨단 능력'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했으며, 서해에서의 중국 활동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조건 충족이 우선"...전작권 전환에 신중론 재확인

브런슨 사령관은 가장 먼저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조건에 기반한 전환"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손쉬운 지름길(shortcuts)을 택하게 되면 한반도 내 전력의 준비태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는 한미가 공동으로 합의한 3단계 검증 절차(IOC-FOC-FMC)에 따라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이 완벽히 검증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못 박은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래를 보는 수정 구슬이 없어 언제 전환될지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설정된 방향으로 계속 추진하면 잘될 것"이라며, 합의된 계획의 이행을 강조했다. 이는 정치적 일정에 쫓겨 서두르기보다는 동맹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숫자 아닌 능력"...주한미군 현대화 공식화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질문에 브런슨 사령관은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닌 능력(capability)"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발언은 현재 2만 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병력 규모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그는 "사령관으로서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 배치를 예로 들었다. 이는 병력 수가 다소 조정되더라도 첨단 자산으로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동맹의 현대화'라고 설명하며, "한국이 대북 방어에 더 큰 역할을 해준다면 동맹이 다른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공식화했다.

中 서해 활동에 첫 공개 경고..."주권 침해 용납 불가"

특히 브런슨 사령관은 서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첫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중국의 서해 활동이 남중국해에서 보여준 모습과 "섬뜩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주권이 다른 나라의 행동에 의해 침해당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하며,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we can't allow)"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라는 전통적 임무를 넘어, 한반도 주변의 잠재적 위협, 특히 중국의 팽창주의적 활동에 대해서도 동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한미동맹이 굳건한 준비태세를 기반으로 미래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동맹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