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령부 해체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군내 비리 척결과 첩보 수집, 방첩 활동을 담당해 온 핵심 조직을 없애겠다는 결정은 단순한 조직 개편 차원을 넘어 군 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과연 방첩사 없는 군은 더 투명하고 더 민주적일 수 있는가.
방첩사는 오랜 시간 ‘불편한 조직’이었다. 군복이 아닌 정장 차림으로 부대를 드나들며, 계급 질서를 초월한 듯 행동하던 기무·방첩 요원들에 대한 기억은 많은 장병과 지휘관들에게 결코 유쾌하지 않다. 주요 지휘관의 동향 보고가 보고 계통을 넘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까지 직보되던 구조 역시 군 내부에 상시적인 긴장과 불신을 낳았다. 방첩사의 역기능과 폐해가 누적돼 왔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불편함이 곧 불필요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방첩부대의 가장 본질적인 임무는 단순한 정보 수집이나 군기 단속이 아니라, 간첩 및 간첩망 척결, 무력에 의한 정권 찬탈, 즉 쿠데타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있다. 역사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강력한 방첩 체계가 부재했던 시기였기에 1961년 박정희 소장의 5·16 군사쿠데타는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역대 정권이 형태를 바꿔가며 방첩 조직을 존속시켜 온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12·3 계엄 사태를 계기로 방첩사 해체가 추진되고 있지만, 그 이후의 대안은 명확하지 않다. 군내 비리 감시와 쿠데타 방지라는 고도의 정치·군사적 임무를 군사경찰과 감찰 조직이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군은 여전히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폐쇄적 조직이며, 외부의 감시가 구조적으로 제한된 공간이다. 제도는 과거보다 개방됐다고 하나, 군만큼 내부 견제 장치의 실효성이 중요한 조직도 드물다.
문제의 핵심은 ‘방첩사 존치냐 해체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통제받지 않는 방첩 조직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통제 장치 없는 군 역시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방첩사의 역기능을 제거하는 개혁은 필요하되, 그 순기능까지 함께 제거하는 것은 또 다른 안보 공백을 낳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청산이나 상징적 해체가 아니라, 실질적 대안 설계다. 방첩 기능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민주적 통제 아래 둘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논의 없이 해체부터 단행한다면, 그 공백은 언젠가 더 큰 위기로 되돌아올 수 있다. 군 통제의 문제는 과거를 단죄하는 문제이기 이전에, 미래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노바저널은 묻는다. 방첩사 이후의 군은 과연 더 안전해지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할 책임은, 해체를 결정한 정치 권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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