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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가 바꾼 물길, 환경정책도 표류하다
  • 최득진 주필
  • 등록 2025-09-30 16: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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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정부, 전 정부의 ‘기후대응댐’ 절반 백지화
  • 지역 반대·비용 문제 이유지만 환경 거버넌스 흔들려
  • 정권 따라 뒤집히는 정책, 기후위기 대응 신뢰성에 의문

자료=환경부 제공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14개 신규 댐 가운데 7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나머지 7개 역시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사업이 정권 교체와 함께 절반 이상 좌초되면서, 한국 환경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구 수입천댐, 단양 단양천댐, 순천 옥천댐, 화순 동복천댐, 삼척 산기천댐, 청도 운문천댐, 예천 용두천댐 등 7개 댐 건설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7개 댐은 지역 내 찬반 여론과 대안 검토를 이유로 기본구상 및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전 정부는 2024년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으로 신규 댐 건설을 추진했지만, 총 3.2억㎥ 규모에 불과해 소양강댐 용량의 11% 수준에 그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일부 댐은 과거 주민 반대로 철회된 사업을 재추진한 경우였고, 주민 설명회조차 계획 발표 이후에야 열리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부족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점을 들어 사업 중단을 정당화했지만,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 환경단체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환경 인프라 정책이 전면 수정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기후위기 대응은 장기적 시각에서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번 결정으로 약 4.7조원에 달했던 사업비는 절반인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비용 절감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예산 문제를 넘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국가적 물 관리 전략 자체가 정권 따라 뒤집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헌법재판소법 해석에 따르면 행정부의 재량권은 헌법적 한계를 준수해야 하고,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책무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 그럼에도 환경정책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은 국민의 환경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정책이 뒤집히는 악순환은 정책 신뢰도를 갉아먹는다. 기후위기는 ‘정권 임기’가 아닌 ‘세대의 시간’과 맞서야 할 과제다. 한국 환경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장기적 합의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물길 잃은 댐처럼 표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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