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이 135년 전 탄저병에 감염된 식물 표본에서 곰팡이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식물 건조표본에서 유전자 해독이 이뤄진 사례다.
연구진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 보존된 1890년 홉 건조표본에서 탄저병 포자를 채취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를 국내에서 수집한 환삼덩굴 탄저병균과 비교한 결과, 두 균주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환삼덩굴 탄저병균은 신종 곰팡이로 판명되었고, ‘콜레토트리쿰 후물리콜라(Colletotrichum humulicola)’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 보고됐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8월호에 게재되었으며, 분석 방법은 네이처가 운영하는 실험 방법 플랫폼인 Protocol.io에도 소개되었다. 특히 100년 이상 된 건조표본에서 비교적 간단히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곰팡이 분류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농업과학원 관계자는 “신종 탄저병균 발견은 환삼덩굴의 생물학적 방제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식물 표본을 활용해 새로운 곰팡이 균주를 규명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