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최대 20년간, 평균 10년 동안 헬리코박터 검사를 받은 성인 84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의 골다공증 발생률은 34.5%였던 반면, 치료에 성공한 집단은 24.5%로 나타나 골다공증 위험이 약 29%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에게서 효과가 뚜렷했으며, 50세 이상 여성의 경우 제균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료를 받은 경우보다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1.5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감염이 위장관 질환뿐 아니라 전신 염증 반응을 통해 만성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폐경기 이후 골밀도가 낮아지는 여성은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적극적인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성별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질환 예방·치료 지침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장질환 예방을 넘어 국민의 만성질환 부담을 줄이는 공중보건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