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된 산양에서 줄기세포 유도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12번째 사례로, 멸종위기종 복원과 유전자 다양성 확보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산양의 모근에서 채취한 체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특정 조직으로 자란 세포를 다양한 세포로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되돌린 줄기세포로, 생식세포는 물론 다양한 조직세포로의 분화가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2022년부터 진행된 ‘생물자원 동결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실험은 2025년 6월 완료되었다. 산양의 모근세포에 역분화 유전자(Oct4, Sox2, c-Myc, Klf4)를 주입하고, 줄기세포 유도조건을 최적화한 결과 줄기세포로의 유도율은 27%에 이르렀다. 이는 주요국의 최대 유도율인 20%를 상회하는 수치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성과를 국립생태원과 국립공원공단과의 협업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전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양의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하고, 난자 및 정자로의 분화를 통한 인공 수정과 개체 복원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산양은 국내에서 강원도, 충북 월악산, 경북 주흘산, 설악산 등 일부 산악 지대에 제한적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중국 동북부와 아무르 지역 등에 분포한다. 최근 자연재해 등으로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유전적 다양성 확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복원 기술은 기존의 개체 중심 보존 방식보다 적은 비용으로 장기적인 보존이 가능하며,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개체를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투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