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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숲속 생물들의 피난처 ‘풍혈지’ 주목
  • 계기원 기자
  • 등록 2025-07-09 10: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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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고온과 생태계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여름철에도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풍혈지’가 산림 생물들의 안전한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국내 주요 풍혈지 25곳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기후에 민감한 생물종의 잠재적 서식지로서 풍혈지의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풍혈지는 여름철 외부 기온이 30도를 넘어도 내부는 5~10도로 유지되는 독특한 냉각지형이다. 빙혈, 얼음골, 얼음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겨울철에는 반대로 따뜻한 바람이 나와 주변 기온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극심한 더위에 취약한 희귀 식물과 곤충들이 피신할 수 있는 자연의 쉼터 역할을 한다.


국립수목원이 최근 전국 5개 풍혈지에서 진행한 조사에서는 버섯 26종과 지의류 8종의 신종 및 미기록 후보종이 발견됐다. 일부 지역은 희귀·특산식물의 자생지이면서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풍혈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법적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풍혈지의 생태적 중요성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추진 중인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풍혈지는 이 목표 달성의 핵심 대상지로 평가받는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들의 서식처이자 변화의 척도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연구 가치도 크다.


국립수목원 신현탁 산림생물보전연구과장은 “풍혈지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영역이지만, 기후위기 속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다”며 “풍혈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보전 전략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에 포함된 사진에는 정선 장열리 풍혈지를 여름철 열화상으로 촬영한 모습과 풍혈지에서 발견된 희귀식물인 개병풍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개병풍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잎이 큰 육상식물로 위기종(EN)으로 분류되어 보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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